고되다...... 내가 굳이 읽을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 '빙의'를 몰랐다면 과연 이해를 했을까 싶기도 하고....?
아마도 시는 대상 앞에서 대상이 죽기 전에 시인이 죽는 기록일 겁니다. 사물과의 작별, 세계와의 작별을 통해 잔혹한 죽음들과 맞서는, 선험적이면서 아찔하고 아득한 죽음을 구축하는 것이 시이지요. '나'의 죽음은 바로 너희들의 내부를 벗기고 벗겨서 들어갑니다. 그곳엔 벌거벗은 리듬 같은 것들이, 연기로 만든 뼈대 같은 것들이 겨우 남아 있지요. 바로 그 상태에 이르는 것이 시라고 생각합니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나'는 '나'에게서 멀어집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의 죽음은 바로 '너'가 되는 것이지요. (21-22)
'나'가 유령 화자로 말을 시작하자 제 죽음은 인칭을 특정할 수 없는 '너'가 되었어요. 저는 제가 죽은 후 '나'라는 단독 자아로 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저의 죽음은 '나'를 '나 아닌 것'으로 만들 겁니다. '나'는 아마 다른 피조물과 구별되지 않을 겁니다. '나'가 죽은 그곳에 '내'가 여럿이 된 그곳에 그 시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나 할까요? (24)
우리는 '사랑하다'를 통해 동물의 몸, 벌거벗은 몸, 자연의 몸이 되지 않습니까? 그처럼 '하다' 속에서 저는 타자 앞에서 동요하는 자이고, 구멍 난 자이며, 타자에게 매달려 안달하는 자입니다.
'사랑하다'는 나를 타자로 만듭니다. 그래서 랭보처럼 "나는 타자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시하다'는 '사랑하다' 입니다. 나를 타자에게 내주지 못해 안달하는 말이 시입니다.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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